전쟁하면 GDP가 왜 오를까? 러시아 ‘전쟁 특수’가 진짜 경제성장은 아닌 이유

전쟁 지출로 GDP가 상승하는 과정과 생활경제·지속가능한 성장의 차이를 비교한 러시아 전시경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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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인 나라에서 GDP가 크게 올랐다는 말을 들으면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미사일과 포탄을 만들고 막대한 전비를 쓰는데 경제가 성장한다니, 숫자가 현실을 잘못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구분할 것이 있습니다. 전쟁 중 GDP 상승 자체가 가짜인 것은 아닙니다. 정부가 국내 기업에서 군수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고 생산량이 늘어나면 실제 국내 생산이 증가하기 때문에 GDP도 올라갈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숫자를 보고 국민의 생활수준, 경제의 생산성, 전쟁 이후 남을 자산까지 모두 좋아졌다고 해석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러시아가 좋은 사례입니다. 최신 러시아 연방통계청 재추계에 따르면 실질 GDP 성장률은 2022년 -1.4%에서 2023년 4.1%, 2024년 4.9%로 반등했습니다. 그러나 2025년에는 1.0%로 크게 둔화됐습니다.

무기를 만들었는데 왜 GDP가 올라갈까?

GDP를 지출 측면에서 보면 흔히 다음 식으로 설명합니다.

GDP = 소비(C) + 투자(I) + 정부지출(G) + 수출(X) – 수입(M)

여기서 중요한 항목이 정부지출(G)​입니다. 정부가 국내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를 최종적으로 구매하면 GDP에 포함됩니다. 국방 서비스와 군사 장비도 예외가 아닙니다. 미국 경제분석국(BEA)의 국민계정 설명에서도 국방 서비스는 정부 소비, 군사 장비는 정부 투자에 포함될 수 있다고 명시합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국내 공장에 군용 차량 1,000대를 주문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공장은 철강과 부품을 조달하고 사람을 고용해 차량을 생산합니다. 완성된 차량을 정부가 최종 구매하면 그 과정에서 발생한 국내 부가가치가 GDP에 들어갑니다.

차량이 나중에 민간 시장에서 다시 팔리지 않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으로 다시 돌아와야 GDP가 된다”는 것은 국민계정의 작동 방식이 아닙니다.

전쟁 중 탄약이나 장비가 사용돼 소모됐다고 해서 이미 발생한 생산이 과거 GDP에서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GDP는 일정 기간 새롭게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측정하는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돈을 쓰기만 하면 GDP가 모두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정부 예산 총액과 GDP에 포함되는 정부지출은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정부가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면 GDP에 직접 반영될 수 있지만, 연금·보상금 같은 이전지출 그 자체는 새로운 최종생산이 아니므로 지급액이 그대로 GDP가 되지는 않습니다. 이후 그 돈을 받은 가계가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한다면 그 소비는 별도의 경제활동으로 반영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쟁 보상금을 지급하기 위해 돈을 찍으면 그 액수만큼 GDP가 오른다”는 설명도 지나치게 단순합니다.

GDP가 늘었으면 경제성장이라고 불러도 될까?

여기서는 용어를 정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물가 영향을 제거한 실질 GDP가 증가했다면 경제학에서 통상 ‘경제가 성장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습니다. KDI 경제교육 자료도 경제성장률을 실질 GDP 증가율로 설명합니다.

따라서 “군수 생산으로 GDP가 늘었으니 경제성장이라고 부르면 틀렸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말하는 편이 맞습니다.

실질 GDP가 늘었으므로 양적인 경제성장은 발생했다. 다만 그 성장의 구성과 지속가능성, 국민이 실제로 누리는 삶의 질은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

GDP는 얼마나 생산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이지, 그 생산물이 국민에게 얼마나 유용했는지까지 판정하는 지표는 아닙니다.

군수 생산과 민간 투자가 똑같이 GDP를 올려도 결과는 다를 수 있다

도로, 공장, 데이터센터, 생산설비 같은 투자는 당해 연도 GDP를 올리면서 이후 생산에 이용될 자본을 남길 수 있습니다.

군사 장비 생산도 그해 GDP에는 기여합니다. 하지만 전쟁에서 빠르게 소모되는 장비와 탄약의 경우 민간 경제의 미래 생산능력을 직접 높이는 자본으로 남는 효과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국방비가 경제적으로 ‘아무 가치가 없다’고 단정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안보 서비스 자체가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이고, 연구개발이나 제조기술의 파급효과가 생기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GDP 숫자만으로 지출의 질을 판단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확인할 항목민간 생산성 투자 확대전시 군수지출 확대
당해 GDP증가 가능증가 가능
고용·공장 가동증가 가능증가 가능
미래 민간 생산능력설비·인프라에 따라 높아질 수 있음직접 효과는 지출 구성에 따라 제한될 수 있음
자원 사용노동·자본 필요노동·자본을 민간 부문과 경쟁해 사용
물가 압력공급능력 확대로 완화될 여지도 있음공급 제약 속 수요 급증 시 물가 압력 가능
장기 평가에 필요한 지표생산성·투자수익·소득재정·물가·노동력·민간투자·생산성까지 함께 확인

러시아에서는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나

러시아의 성장률을 시간순으로 놓으면 전시경제의 특징이 더 분명해집니다.

연도실질 GDP 성장률해석
2022-1.4%전쟁 개시와 제재 충격
2023+4.1%경기 반등 및 전시 수요 확대
2024+4.9%높은 성장 지속
2025+1.0%성장세 급격히 둔화
20260~1%러시아 중앙은행 전망 범위

2022~2025년 수치는 2026년 2월 발표된 Rosstat의 최신 연간 평가·재추계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2026년 전망은 7월 24일 러시아 중앙은행이 제시한 0~1%입니다. 세계은행은 0.8%, IMF는 1.1%를 전망하고 있어 기관별 숫자는 조금 다르지만 저성장 전망이라는 방향은 비슷합니다.

2023~2024년: 국방지출이 강한 수요를 만들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러시아 경제를 2022년 충격기, 2023~2024년 과열기, 2025년 둔화기로 구분합니다.

특히 2023~2024년에는 국방지출 확대가 총수요를 밀어 올렸고, 노동력과 생산설비 같은 공급 제약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경제가 과열됐다고 분석했습니다. 군인 급여·보상과 군수 지출도 가계소득과 내수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공장이 주문을 더 받고 가동률을 높이고, 노동 수요와 임금이 올라가면 GDP는 실제로 커집니다. 전쟁 때문에 발생한 지출이라고 해서 이 생산이 통계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2024년 성장률 4.9%를 전부 ‘무기 생산’으로 보면 안 된다

반대 방향의 과장도 피해야 합니다.

Rosstat의 최신 지출측 통계를 보면 2024년 가계 최종소비는 실질 6.8%, 정부 최종소비는 2.2%, 총자본형성은 3.5% 증가했습니다. 제조업뿐 아니라 금융·보험, 정보통신, 숙박·음식점, 건설, 유통 등 여러 부문의 부가가치도 증가했습니다.

따라서 “러시아의 2024년 4.9% 성장은 전부 군수산업이 만든 숫자”라고 단정할 근거는 부족합니다.

보다 정확한 표현은 이렇습니다.

국방지출과 전시 재정은 2023~2024년 러시아 총수요 확대의 중요한 동력이었지만, 같은 시기에 민간소비와 여러 산업의 활동도 함께 증가했다.

왜 높은 성장률이 오래 유지되기 어려웠나

문제는 경제가 생산할 수 있는 능력보다 수요가 빠르게 커질 때 나타납니다.

공장을 더 돌리려고 해도 노동자가 부족하고 설비가 이미 최대한 가동된다면 추가 지출은 생산량보다 임금·가격을 더 빠르게 밀어 올릴 수 있습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노동시장 긴장이 점차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2026년 7월 기준 실업률이 여전히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임금 상승도 생산성 증가율을 웃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준금리는 2026년 7월 24일 14%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SIPRI는 러시아의 2025년 군사비를 약 16조 루블, GDP의 7.5%로 추정합니다. 2026년 예산에는 약 14.9조 루블, GDP의 6.3% 수준이 계획돼 있습니다. 2026년 수치는 계획치이므로 실제 집행액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런 조건에서는 GDP 성장률만 보는 것보다 인플레이션, 금리, 노동력, 민간투자, 재정수지와 생산성​을 함께 봐야 합니다.

전쟁 지출로 GDP가 상승하는 과정과 생활경제·지속가능한 성장의 차이를 비교한 러시아 전시경제 이미지
전쟁 지출로 GDP가 상승하는 과정과 생활경제·지속가능한 성장의 차이를 비교한 러시아 전시경제 이미지

‘전시경제는 최대 5년’이라는 공식은 없다

전시경제가 정확히 5년이 지나면 무너진다는 식의 보편적인 경제 법칙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전쟁 지속 능력은 국가의 재정 기반, 자원 수출, 외환 조달, 국내 생산능력, 인구, 동맹·교역 관계, 전쟁 강도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SIPRI가 2026년 보고서의 제목을 아예 ‘전쟁 5년 차를 위한 예산’으로 잡고 러시아의 2026년 군사비와 재정 여력을 분석하고 있다는 점도 고정된 5년 한계가 경제학의 공식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역사적으로 특정 국가가 몇 년의 전쟁 뒤 위기에 빠졌다는 사실을 모든 국가의 공통 제한시간으로 바꾸면 안 됩니다.

전쟁 중 GDP를 볼 때 체크할 7가지

GDP 성장률 하나로 ‘호황’인지 ‘붕괴’인지 판단하기보다 다음 순서로 보는 편이 낫습니다.

  1. 명목 GDP가 아니라 실질 GDP가 얼마나 늘었는가
  2. 성장의 원인이 소비·민간투자·정부지출·순수출 중 어디에 있는가
  3. 정부지출 가운데 국방비 비중이 얼마나 커졌는가
  4. 물가와 기준금리가 동시에 치솟고 있지는 않은가
  5. 임금 상승과 노동생산성 증가가 균형을 이루는가
  6. 공장·설비 같은 향후 생산자산에 투자가 이어지는가
  7. GDP 증가와 함께 가계의 실질소득·소비·재정건전성도 개선되는가

이렇게 보면 “전쟁으로 GDP가 올랐으니 경제가 멀쩡하다”와 “군수 생산은 쓸모없으니 GDP 상승도 전부 가짜다”라는 두 주장 모두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러시아의 2023~2024년 성장은 통계상 실제 경제성장이었습니다. 동시에 국방지출 확대가 중요한 수요 동력이었고 공급능력과 노동시장의 제약을 압박했습니다. 그리고 성장률은 2025년 1.0%로 내려갔으며 2026년에도 낮은 성장률이 전망되고 있습니다.

전시 GDP를 제대로 읽는 질문은 “GDP가 올랐느냐”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무엇을 생산해서 올랐고, 그 과정에서 어떤 자원을 사용했으며, 전쟁이 끝난 뒤에도 남을 생산능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전쟁에서 바로 소모될 포탄도 GDP에 포함되나요?

국내에서 생산된 포탄을 정부가 최종 구매한다면 그 생산 과정에서 만들어진 부가가치는 GDP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나중에 전쟁에서 소모된다고 해서 생산 당시 GDP가 취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GDP는 자산의 행복도나 유용성을 평가하는 지표가 아니라 해당 기간의 생산을 측정합니다.

군인 보상금을 지급하면 그 금액도 GDP가 되나요?

보상금 같은 이전지출 자체가 새로운 최종 재화·서비스 생산은 아니므로 지급액 전체가 그대로 GDP에 추가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후 수령자가 소비하면 해당 소비 활동은 별도로 GDP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러시아의 2024년 경제성장률은 4.3%인가요, 4.9%인가요?

최신 재추계 기준으로는 **4.9%**입니다. 초기·중간 추계에서는 4.3%가 발표됐지만 Rosstat가 연간 통계와 재정보고 자료를 반영해 2026년 2월 2024년 실질 GDP 성장률을 4.9%로 수정했습니다.

전쟁특수는 결국 가짜 성장인가요?

‘가짜’라고 표현하면 정확하지 않습니다. 국내 생산량이 실제로 늘었다면 실질 GDP 성장도 실제입니다. 다만 군수 중심 성장의 구성, 인플레이션, 민간투자 위축 가능성, 노동력 제약, 재정비용 등을 함께 보지 않고 GDP만으로 국민경제 전체가 좋아졌다고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전시경제는 5년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말이 맞나요?

확인된 보편적 경제 법칙이 아닙니다. 국가별 재정·자원·인구·생산능력과 전쟁 강도가 달라 정해진 최대 기간을 제시할 수 없습니다. 러시아의 경우에도 2026년 5년 차 전쟁을 전제로 군사예산이 편성돼 있으며, 지속가능성은 별도의 경제지표로 판단해야 합니다.

출처 및 참고자료

  • 러시아 연방통계청(Rosstat) · Росстат представляет первую оценку ВВП за 2025 год · 2026-02-06 · Rosstat 자료 보기
  • 러시아 중앙은행(Bank of Russia) · Bank of Russia cuts the key rate by 25 bp to 14.00% p.a. · 2026-07-24 · Bank of Russia 자료 보기
  •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 러시아 전시경제 분석: 재정 및 통화정책을 중심으로 · 2025-12-29 · KIEP 자료 보기
  • 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SIPRI) · A Budget for a Fifth Year of War: Military Spending in Russia’s Budget for 2026 · 2026-03 · SIPRI 자료 보기
  • U.S. Bureau of Economic Analysis(BEA) · The Expenditures Approach to Measuring GDP · 2025-06-03 · BEA 자료 보기
  •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 경제성장·경제발전 개념 자료 · 2024년 자료 · KDI 자료 보기
  • World Bank · Economic Growth to Slow in Europe and Central Asia as Risks Rise · 2026-04-08 · World Bank 자료 보기
  • IMF · Russian Federation and the IMF · 2026년 7월 WEO Update 기준 · IMF 자료 보기

조사 및 업데이트 기준일

2026-08-28. 러시아 연방통계청의 2025년 GDP 확정·재추계, 2026년 연간 GDP 실적, 러시아 중앙은행 성장·물가 전망, 연방예산 및 군사비 계획이 크게 변경되면 관련 수치와 해석을 다시 검토해야 합니다.